4·3미술제 <청년사삼정감>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 작가

[제주도민신문 = 오승택 기자] 4·3미술제조직위원회는 4·3미술제 31회를 맞이하며 4·3미술의 새로운 30년을 이어가기 위한 프로젝트의 하나로 <청년사삼정감>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제주에서 활발하게 작업하고 있는 청년 미술인을 선정해 2024, 4·3미술제 <봄은 불꽃처럼>에서 프리뷰 전시를 진행했다. 이어서 <사삼정감워크숍> 등을 진행해 청년 미술인이 4·3평화공원, 종남마을, 동광마을 등 4·3의 주요 유적지를 순례하고 4·3을 주제로 하는 강연 및 워크숍에 참여해 4·3의 의미와 가치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기회를 가져왔다.

또한, 지난 30여 년간 4·3을 예술로 세상에 선보였던 선배 예술가와 만남의 자리를 가져 4·3예술의 중요성과 앞으로의 방향 및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4·3은 제주만의 역사가 아니다. 대한민국만의 역사도 아니다. 4·3은 억압과 탄압에 저항했던 민중 모두의 역사다. 통일된 한반도 역사의 초석이 되어야 하는 것이 4·3이다.

제주의 청년 미술인들이 한반도로 4·3예술 순례를 떠난다. 저항의 현장, 분단의 현장, 민중과 예술의 현장을 만나기 위해서다. 제주를 떠나 제주를 만나기 위해서다. 4·3을 한반도의 역사 안에서 바라보기 위해서다.

한반도 순례는 역사의 현장에서 과거를 만나 미래를 바라보며 동시대 청년 작가들과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로, 우리의 이야기가 그들의 사유에 가닿을 수 있는 만남의 자리인 것이다.

예술로 한반도를 만나는 순례길은 청년 예술가들에 의해 새로운 4·3예술이 시작되도록 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1일차, 예술로 한반도를 만나는 순례는 12일 오전 9시 30분 4·3평화공원에서 4·3영령들에게 분향하는 참배로 시작한다. 이후 15일 월요일부터 4박 6일간의 일정으로 본격적인 순례가 진행된다.

2일차, 한반도 순례의 시작은 1945년 해방과 함께 남북으로 분단된 현장인 임진각, 망향대, 통일촌이다. 4·3이 발발한 원인 중 하나인 한반도 분단을 직시하고, 4·3 당시 이루고자 했던 꿈을 현재 시점에서 되짚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어서 민중미술 1세대이면서 분단이 만들어 낸 한반도의 풍경을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 작업하고 있는 신학철 화백과 제주 청년 작가들이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

3일차에는 대구로 향한다. 4·3보다 한해 앞서 일어난 1947년 대구10월항쟁의 현장을 둘러보고 4·3의 광풍 속에 대구형무소 등으로 끌려가 행방불명된 현장 중 하나인 경산 코발트광산 등을 둘러볼 계획이다. 대구지역 순례에서는 손호만 역사교사, 채영희 (사)10월항쟁 유족회 이사장, 최승호 경산유족회 이사 등이 안내와 해설, 강연 등으로 함께 할 예정이며, 대구 청년 작가들과 순례 및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4일차는 한반도 민중 역사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동학농민혁명’의 기억을 찾아간다. 동학농민혁명 최대의 전적지 중 한 곳인 황사평에 있는 동학농민혁명기념관, 고부 관아터, 전봉준장군 생가터 등을 둘러보며 저항할 수밖에 없었던 민중의 역사를 깊이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이어서 광주로 이동해 광주 청년 작가와의 만남을 갖는다. 제주 4·3과 광주 5.18을 주제로 작업을 이어가는 청년 작가들이 교류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5일차에는 광주 5.18과 만난다. 금남로에 위치한 5.18기록관, 옛 전남도청 등을 둘러보고 광주시립미술관에서 5.18미술을 주제로 간담회를 진행한 후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5.18영령들을 위해 참배하고 지리산 실상사로 이동한다. 지리산 실상사에서는 생명평화운동에 앞장서며 평화 공동체를 만들고 있는 도법스님과 수지행법우와의 간담회를 갖는다.

6일차는 지리산 실상사에서 출발해 14연대 봉기군이 주둔했던 구례군 문수간이학교 터를 거쳐 순천으로 이동해 여순10.19항쟁의 현장을 둘러보게 된다. 주철희 역사학자의 강연을 시작으로 여순항쟁탑과 여순항쟁 유적지인 마래터널, 만성리학살지, 형제묘 등을 돌아보게 된다.

마지막 7일차 일정은 여수항에서 00시 30분에 출발하는 제주행 여객선을 타고 06시경 제주항에 도착하는 뱃길이다. 그간의 순례를 돌아보며 향후 작업의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4·3, 예술로 한반도를 만나다>는 탐라미술인협회 회원들의 모금과 강요배 화백이 기탁한 기금 등으로 진행된다. 또한, 통일촌, 대구, 광주, 지리산 실상사 등 순례 지역의 작가와 단체에서 숙소 및 안내 등의 후원을 받았다.

4·3미술제조직위원회가 2024년부터 2025년까지 2년여에 거쳐 진행하는 <청년사삼정감> 프로젝트는 2025년 4·3미술제에서 청년 작가들의 창작 작품과 대구, 광주 등 육지의 청년 작가들의 교류 전시로 이어진다. 이 전시는 별도의 공간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제주의 청년 예술가들이 4·3의 의미와 가치와 정신을 이어가는 주체로 자리매김하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4·3을 세대 전승하는 중요하고 핵심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4·3예술이 지속하고 있음을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