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정방동 주무관 이재형

[제주도민신문]오늘날 우리 시대 청렴이라는 두 글자는 아무리 봐도 생소하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청렴이라는 말은 우리들의 일상과 직장 내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구시대적 느낌을 준다. 다소 돈에 사로잡힌 사람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돈으로 굴러가는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돈이 전부다.

자본주의 이전부터도 인간이 누려온 의식주, 입는 것, 먹는 것, 사는 것, 어느 하나 다 돈은 중요한 삶의 매개체이자 역할을 하는 의미의 수단적 요소였다. 하물며 지금 이 시대는 문화 활동, 여가 활동, 투자 활동 등 더 금전적인 요소가 강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며 본질과 수단이 주객전도되는 현상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옛날에는 공직 관료 생활이 주를 이루는 사회의 리더였다면 이제는 기업의 총수 혹은 대기업 임원, 투자자, 사업가, 연예인, SNS 인플루언서 등도 세계를 흔들며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이 사회의 주도 세력이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초등학생의 대표적인 꿈이 유튜버라는 답변이 많이 나올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의 이런 콘텐츠 중심적인 사회에서 권력, 명예, 안락한 삶, 경제적 자유 등에는 돈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핵심적 지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음은 돈의 중요성을 강하게 증명한다.

그러나 그렇다면 우리 시대에 청렴이라는 미덕은 사라진 것인가? 재물에 힘을 쏟지 않고 돈을 멀리하며 향락을 즐기지 않는 그런 가치관인 청렴이 전혀 필요가 없는 것인가? 그건 결단코 아니다. 우리는 돈을 사용하고 활용하여 거의 모든 행복을 이루지만 현명하고 슬기롭게 돈을 다루고 이용해야 한다. 돈이 객체라면 그 객체를 우리는 철저하게 이용해야 한다. 즉, 가운데 중심에 있는 나를 잃지 않으며, 그렇다고 돈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사용처에 맞게 돈을 철저히 이용해야 한다.

이런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청렴의 미덕이 필요한데, 첫째, 악한 방법으로 돈을 이용하지 않으며, 둘째, 자신의 분수에 맞게 돈을 사용하며, 셋째, 사회에 보탬이 되는 하얀 돈만을 추구하고 좇는 것이다. 즉, 우리 시대에 청렴의 미덕이란 선하게 돈을 사용할 것, 절제하며 분수와 도리를 지키며 돈을 이용할 것,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금전 활동만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선조들로부터 이어져 온 청렴의 미덕을 현시대 상에 맞추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