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신문 = 오승택 기자] 제주여성가족연구원(원장 민무숙)과 제주인구보건복지협회(지회장 서석주)는 코로나19로 인한 제주여성과 가족에 대한 선제적 정책 의제를 모색하고자 지난 7월 공동연구를 위한 약정을 체결하고, 도민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바탕으로「코로나19로 인한 제주여성의 삶과 가족의 변화」(연구책임자 정여진 선임연구위원)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번 조사는 가족과 돌봄, 여성 일자리, 여성 폭력 등 4개 분야에 대해 제주도민 총 1,018명을 대상으로 2020년 7월 16일부터 8월 2일 사이에 수행되었다.

주요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가족과 돌봄 분야에서는, 코로나로 결혼(21%)과 출산(40.4%)에 대한 생각이 부정적으로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고 남성보다 여성이 결혼과 출산에 더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한 걱정이나 두려움, 우울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관계의 변화에 있어서는 코로나 이전보다 배우자나 자녀와의 관계가 나빠졌다는 응답이 좋아졌다는 응답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와의 관계가 나빠진 주원인은 경제적 어려움, 가사노동 급증, 외부만남 감소의 순으로 조사되었고, 자녀와의 관계가 나빠진 주원인은 자녀의 인터넷 과다 사용, 식사 준비 등 가사노동 급증, 자녀의 불규칙한 생활 습관 순으로 나타났다. 가정 내 폭력은 코로나 전과 비교했을 때, 부부폭력은 6.8% 자녀에 대한 폭력은 14.7%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었다.

자녀 돌봄과 관련해서는, 코로나로 자녀를 집에서 직접 돌보고 있다는 응답은 44.8%로 코로나 전 37.9%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직접 돌봄’ 비율은 맞벌이(38.5%)보다 비맞벌이(53.2%)가 더 높았다. 코로나 이후 가족의 돌봄을 위해 사용한 제도는 가족돌봄휴직이 20%로 가장 높게 조사되었고, 여성(18.6%)보다 남성(24.6%)의 이용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여성일자리 분야에서는 코로나 이후 일하는 여성의 스트레스, 임금‧수입 감소, 휴직‧업무 축소 등에 대한 위협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성근로자의 50.3%가 일자리의 변화를 겪었으며, 업무과중이 15.5%, 업무축소가 11.8% 등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성사업자는 91.3%가 일자리의 변화를 경험했으며, 사업부진이 42.6%, 사업축소가 29.6% 등으로 나타났다.

여성폭력 분야는 폭력 피해자와 지원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조사하였는데, 폭력 피해자(54.8%)와 시설 종사자(81.5%) 모두 코로나 이후 여성폭력이 증가했다고 응답하였고 폭력 증가 원인에 대해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 증가와 (피해자 33.3%, 종사자 20.6%), 가족의 수입 감소(피해자 29.8%, 종사자 20.2%)로 꼽았다.

코로나 이후 시설 종사자들의 76.8%가 일시적인 상담업무 정지와 피해 현장출동 제한 등으로 업무수행에 어려움이 있고 피해자의 19.2%가 지원기관에 대한 정보부족과 돌봐야 하는 가족에 대한 부담 등으로 경찰신고와 지원시설 이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제주여성의 삶과 가족의 변화」연구에서는 이러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4개 영역에 대한 26개 정책과제를 제안하였다.

가족과 돌봄 분야에서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개선 및 지원 강화, 가족갈등 해소와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상담 및 교육 지원 강화, 취약가구에 대한 통합지원 서비스 우선 제공, 취약계층의 복지공백 최소화를 위한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 마을돌봄 시스템 구축 등을 제안하였다.

여성일자리 분야에서는 가족 돌봄 지원을 위한 제주지역 기업 지원 방안 마련, 가족돌봄휴가 확대 및 지원금 보조, 취약한 사업자 대상 대출 지원 확대, 프리랜서 및 특수고용직 대상 도 추가 지원, 새로운 여성직업훈련 프로그램 개발 및 비대면 직업훈련 시스템 구축 등을 제안하였다.

여성폭력 분야에서는, 여성폭력 피해자 위기대응을 위한 접근성 강화, 지원기관에 대한 홍보 강화, 비대면 상담 지원 강화, 자가격리 및 사생활 보호를 위한 시설 확층 등을 제안하였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 민무숙 원장은 “코로나로 인한 세대, 계층 그리고 젠더에 따른 불평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 이 연구를 통해 제주지역에 연대와 평등의 사회적 가치를 담아갈 수 있는 정책이 다각적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