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예술의전당 관장 이경민

[제주도민신문]중국사람들에게는“��시가 없으면 어떤 일도 이룰 수 없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자녀의 입학, 가족의 입원, 본인 승진 등 어떠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중국인은 으레 ��시를 먼저 찾는다.

��시는 관계(關係)의 중국발음이다. 중국에서 ��시는 그냥 관계가 아닌 인간관계를 뜻한다. 우리의 학연·지연·혈연 같은 막역한 사이를 일컫는 말이다.

말 뿐의 부탁은 ��시를 움직이기 어렵다. 접대와 선물이 수반돼야 한다. 그래야 적극적 실행을 기대할 수 있다. ��시를 동원하더라도 100% 성공 보장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중국사람은 백방으로 ��시를 찾아 혈안이다. 시진핑 정부가 ��시문화 척결을 위해 반부패 사정의 칼을 강하게 휘두르지만, 중국에서의 ��시는 여전히 성행 중이다.

우리나라에는 ��시가 없을까. 영화〈범죄와의 전쟁〉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부패 공무원인 최익현(최민식 분)이가 범죄를 저질러 경찰서에 연행돼 왔다.

최익현은 수갑찬 상태로 형사 뺨을 때리며 일갈한다.“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 어? 내가 임마! 느그 서장이랑 임마! 어저께도 어? 같이 밥묵고 어? 사우나도 같이 가고 어? 다했어!”개그맨도 패러디하는 명대사다.

인사 임명권을 쥔 경찰서장과의 ��시를 범죄자가 과시하는 것이다. 형사는 우물쭈물 그의 시선을 피한다.

간혹 업무처리를 하다 보면 시장님과의 인연을 드러내는 민원인이 있다. 그러나 정작 이런 분은 시장님과 친분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상적인 민원처리에는 이와 같은 직연(직장 연줄) ��시를 쓰지 않는다. 불법에 눈감아 달라는 청탁 찬스에 등장한다.

청렴하면 ��시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다. 어떤 권력자의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을 수 있다. 오늘도 묻는다. 나는 청렴한가?